노벨상 가운데 문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최근 발생한 미투(#MeToo) 논란 때문에 올해 시상을 취소하기로 했다. 노벨문학상 시상이 취소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영국 BBC방송은 4일 한림원이 올해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림원은 “올해 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고 내년에 두 명의 수상자를 발표할 것”이라며 “한림원이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림원 종신위원인 시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자 스웨덴 문화계 거물인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여성 18명이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한림원이 미투 운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여기에 더해 프로스텐손이 1996년 이후 7차례나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종신위원 3명이 프로스텐손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반발한 위원들이 줄줄이 사직했다. 이후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프로스텐손도 뒤이어 물러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한림원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져 올해 문학상 시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BBC는 “이번 논란은 1901년 노벨문학상이 제정된 이후 한림원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이라고 전했다. 한림원은 5일 주례 회동에서 조직 운영 관행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앤더스 올슨 사무총장 대행은 “한림원 위원들은 현재 처한 신뢰 위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다음 수상자가 발표될 수 있을 때까지 대중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