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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길을 묻다-인공관절 ‘대가’ 장준동 교수] 가운 대신 앞치마 그리고 붓을 든다… 인생2막 위해

지난달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교직원미술대전’에서 장준동 교수가 자신의 그림(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른바 ‘인생 이모작’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장준동(64)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인공관절센터장(정형외과교실 교수)는 인공관절 분야에서는 대가로 꼽히지만, 진료실을 떠난 시간에는 화가 지망생이 된다. 평균 80년의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저녁 7시 무렵, 이제 막 노을이 지는 시간에 접어든 셈이다.

“돌이켜보니 저는 평소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좋아했고요.” 장 교수는 평소 가졌던 관심사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이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소에는 정형외과 교수로서 인공관절에 대한 연구와 환자 치료에 매진하지만, 퇴근 후에는 앞치마를 입고 붓을 든 채로 이젤 앞에 선다. 장 교수는 “환자 진료와 교육, 연구 등 본업을 등한시할 수는 없어 시간을 많이 내기는 어렵다”며 “일주일에 3시간씩 2회 이상은 반드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유화는 물감이 마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의 간격을 두고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그리는 대상은 인간을 포함한 하늘, 꽃, 풀, 산, 바다 등 자연의 모습이다. 기타를 치는 아내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산과 바다의 경관을 화폭에 옮긴다. ‘그림을 그림답게’ 그리고 싶어 나름의 공부도 열심히 했다. 장 교수는 “존경하는 철학가인 김형석 교수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서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고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라고 한다. 100세 가까이 된 저자가 쓴 글이 그림을 시작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고백했다.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미술’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장 교수는 “의학은 정해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환자 치료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철저함과 긴장으로 가득 차있다”며 “이와 달리 미술은 자유가 용납되고 내 맘대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미술도 집중력과 치밀함이 요구되지만 이 과정에서 마음이 한결 순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술과 의학에는 공통점도 있다. 모두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환자의 걸음걸이, 말투, 얼굴 표정 하나 하나 모두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된다. 세밀히 관찰하고 살피지 않으면 환자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마찬가지로 미술 활동 또한 세밀한 관찰에서 시작한다. 사물의 외형뿐 아니라 이들이 가진 특성과 내면까지 들여다보아야 그들을 보다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도 미술을 위해 인체의 해부학적 공부를 깊게 했다. 정형외과학도 인체의 구조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는 학문이라 또 다른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도 취미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긴장 상태에서 해방시켜 주고 안정을 주는 장점 때문이다. 그는 “후배의사들에게 미술이 아주 좋은 장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희망적인 모습에 관심이 많다”며 “훗날에는 메시지가 있고 감동을 주는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아가 화가로서 개인전을 할 수 있는 날도 그려본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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