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김송이·양하은 출전 일본 3총사 높은 벽 못 넘어
지바 땐 46일간 합동훈련 팀워크 다져 중국 꺾고 우승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등 남북 탁구 교류 활발할 듯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처럼 ‘녹색 테이블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리아’로 다시 뭉친 남북 탁구 여자 단일팀은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현지에서 갑자기 남북 여자 탁구 단일팀이 꾸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단일팀 구성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한탁구협회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진행 중인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 8강전을 고작 5시간 앞두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 단일팀을 꾸렸다. 남북이 지바 대회에서 단일팀을 꾸려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1991 지바 단일팀’과 ‘2018 할름스타드 단일팀’은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1991년엔 남북 체육회담을 통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단일팀이 결성됐다. 남북 선수들은 46일간 합동훈련을 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반면 이번엔 대회 도중 남북한과 국제탁구연맹(ITTF)의 3자 회동을 통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경기를 치르는 방식은 다르다. 1991년엔 4단식 1복식으로 열렸으며, 5경기 중 3번째 경기를 복식 경기로 치렀다. 당시 단일팀은 중국과 결승전을 치렀는데, 북한 유순복과 한국 현정화가 1, 2단식을 모두 이겼다. 하지만 3번째 경기 복식에서 현정화-북한 이분희가 덩야핑-가오준에게 1대 2로 역전패했다. 4번째 경기 단식에서 현정화가 덩야핑에 0대 2로 패해 2-2가 됐고, 5번째 경기 단식에서 유순복이 가오준을 2대 0으로 완파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선 5경기 모두 단식으로 치러져 남북 선수가 함께 호흡을 맞추진 않았다.
지바 단일팀과 달리 할름스타드 단일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 전지희(세계랭킹 35위)와 북한 김송이(49위), 한국 양하은(27위)은 4일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열린 강호 일본과의 4강전에 나섰지만 ‘3총사’ 이토 미마(7위), 이시카와 카스미(3위), 히라노 미우(6위)에게 패했다. 0대 3으로 무너진 단일팀 선수들은 동메달을 따낸 데 만족해야 했다.
27년 만의 남북 탁구 단일팀 성사에 앞장선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3일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바 단일팀에 대해선) 그때 내가 아홉 살이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며 “그러나 그때와 다른 건 없다. 우리가 한 팀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단일팀 구성으로 남북 탁구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대한탁구협회는 ITTF를 통해 평양오픈(6월 13∼17일)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탁구협회는 평양오픈 참가가 성사되면 대전 코리아오픈(7월 19∼22일)에 북한을 초청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