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에 빠져 고생하던 박성현이 환상적인 칩인 버디와 함께 시즌 첫 승을 낚고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성현은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신인상, 올해의 선수, 상금왕 등 3관왕을 달성하며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7월 투어 첫 우승 트로피를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들어 올렸고, 8월 캐네디언 퍼시픽 여자 오픈 우승으로 2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역대 신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성현은 올해 세 차례 우승을 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2년차 시즌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7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단 한 번만 톱10에 진입했고, 두 차례나 컷탈락을 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퍼팅이나 숏게임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 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6475야드)에서 열린 LPGA 텍사스 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 최종 라운드. 1라운드에서 공동 1위에 오른 박성현은 이날도 거침이 없었다.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써내 최종합계 11언더파 131타를 기록하며 시즌 8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동시에 9개월 만에 투어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며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마지막 18번 홀을 앞두고 박성현은 린디 던컨(미국)의 끈질긴 추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린 밖에서 시도한 회심의 칩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경기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박성현은 칩인 버디 성공 후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승을 직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쥔 채 왼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17, 18번 홀에서 모두 파에 그친 던컨(10언더파 132타)을 1타 차로 따돌린 짜릿한 우승이었다.
박성현은 현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칩샷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 올 시즌 숏게임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을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골프칼럼니스트 론 시락은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성현을 ‘오랜 기간 스타가 될 선수’라고 칭하며 “악천후 탓에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지만 박성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18번 홀 칩인 버디는 우승을 확정하는 중요한 샷이었다”고 칭찬했다.
이번 대회는 4라운드 72홀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1라운드부터 강풍과 비를 동반한 악천후로 인해 2라운드 36홀, 사실상 반쪽짜리 대회로 축소 운영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박성현이 완전히 부진에서 탈출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