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미국인 석방, 北·美 회담 막판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일시와 장소에 관한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는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VOA “회담 의제 협의 과정 北 강한 불만 제기 석방 지연”
CNN “트럼프, 섣불리 석방 예고 北에 잘못된 메시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이들은 지난 주말 판문점을 통해 송환될 예정이었으나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석방이 늦어지면서 북·미 회담 시기와 장소 발표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7일(현지시간) “미국인 억류자 3명은 지난 주말 판문점을 통해 송환될 예정이었다”며 “판문점을 통한 송환은 유엔군사령부의 사전승인이 필요한 일이어서 미리 통보가 됐지만 송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북·미 회담의 의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억류자 석방이 늦춰졌다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지켜보라(Stay tuned)”며 이들의 석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하루 뒤에는 대통령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몇 시간 안에 석방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백악관은 북한이 북·미 회담 이전에 이들을 선의로 풀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닷새가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줄리아니는 지난 5일에는 “며칠 내로 풀려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또 말을 바꿨다.

억류자들의 석방이 지연되자 미국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CNN 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석방 교섭이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이를 예고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1996년 미국인 억류자 에반 헌지커를 석방하기 위해 방북한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과의 교섭은 조용히 진행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는 발언에 신중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실제 석방이 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석방에 대해 말을 해선 안된다”며 “석방이 임박했다는 추측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고 억류자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미 회담 장소와 관련해 북한은 줄곧 평양을 고집하고 있으나 미국이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싱가포르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다만 싱가포르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평양도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게 VOA의 분석이다.

악시오스는 북·미 회담이 판문점에서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악시오스는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해서는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석방을 지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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