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우리에게 친숙한 질환이다. 당뇨와 함께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히고 있으며, 뇌혈관질환이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신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합병증이 오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합병증이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고혈압은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데, 혈압약을 처방받아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도 정상혈압이 되면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등 치료를 멈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익숙한 만큼 경각심도 낮아지고 있다. 5월 17일 세계고혈압연맹(WHL)이 지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고혈압 예방의 중요성을 되짚어 봤다.
혈압은 혈액이 혈관 속을 흐르고 있을 때 혈관벽에 미치는 압력으로, 정상적인 혈압은 혈액순환에 필수적인 요소다. 혈압이 높아지면 전신에 걸쳐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수치가 높다고 해서 고혈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성해 건국대병원 심장혈관 내과 교수는 “과로, 스트레스 등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는 환경은 다양하다”며 “고혈압의 위험을 결정하는 기준은 혈압이 높아졌을 때가 아니다. 고혈압에 노출된 기간이 얼마나 길었느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갈 때는 목덜미가 뻐근하거나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데, 혈압이 천천히 오르면서 몸이 적응하기 때문이다. 증상을 느끼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면 고혈압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져 합병증 발병 위험이 커진다.
그는 “혈압이 천천히 올라가면 몸에서 적응을 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꾸준히 혈압을 재지 않으면 고혈압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져 나중에는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혈압 체크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30, 40대 젊은 층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층은 고혈압이 있어도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로 조절이 잘 된다. 그런데 고혈압을 방치하면 노출되는 기간이 50대, 60대에 비해 길어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환자가 현재의 혈압 수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정상혈압이 되면 스스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혈압은 다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약물 복용과 꾸준한 혈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암을 바라보듯 혈압을 바라보면 안 된다”면서 “암은 제거를 해야 하고 완치의 개념이 있다. 혈압은 우리 몸에 필요하고, 높은 경우에만 문제가 되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관리하는 병’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스스로 중단하는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혈압을 관리하는 것은 뒤에 올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많은 환자는 10년, 20년 후에 자신에게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병을 예방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꾸준히 관리하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한 조사에서 꾸준히 혈압을 관리했을 때 고혈압으로 인한 전체 사망률을 20%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10년째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이 제자리걸음이다.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돌파구는 좋은 약물의 개발이 아니다.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꾸준한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병원 등에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