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닐거나 벤치에 앉아서 다정하게 대화 모습 연출
‘혈맹관계’ 복원 표현도 사용… 시 주석 “조·중은 순치관계”
다롄항에서 中 첫 국산항모 시험 항해 앞두고 있어 주목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전격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해변가를 거닐고, 벤치에 앉아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하며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40분간 밀담을 나누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8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7일 낮 다롄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전용차를 타고 방추이다오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이어 오후에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양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에는 회담 때는 없었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참석해 분위기가 더욱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집권 후 무려 7년 동안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정상은 회담과 만찬에서 ‘혈맹관계’를 복원하는 듯한 정도의 표현까지 써가며 우의를 다졌다.
김 위원장이 “조·중 사이의 마음속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고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로 이어졌다”고 강조하자, 시 주석은 “조·중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 변함없는 순치의 관계”라고 화답했다. 순치관계란 입술과 이처럼 서로 뗄 수 없이 의지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김정일 체제에서 점차 사라져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중 관계를 언급할 때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순치관계 언급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전통적인 관계를 복원해 미국에 공동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두 정상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밀담’ 형식과 비슷하게 8일 오전 방추이다오 해변을 거닐고 벤치에 앉아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파도가 치고 새가 하늘을 나는 해변도로를 통역만 대동한 채 단둘이 걸었다. 뒤로 섬이 보이는 해변가 주차장 같은 곳에서 마주보고 서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보였다. 시 주석은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시종 진지한 표정이었다. 이어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가 벤치에 앉아 가벼운 표정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위원장의 방문 지역이 다롄이라는 데 의미를 두는 해석도 나왔다. 다롄항 조선소에서 진수된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 001A함은 조만간 시험 항해를 앞두고 있다. 이 항공모함은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 건조에 주력해 온 전략자산이다. 항모 출항식 즈음에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만남으로써 과거 미국에 맞섰던 군사적 동맹관계를 과시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이 독자 건조한 001A형 항모는 길이 315m, 너비 75m, 최대속도 31노트의 7만t급 디젤 추진 항모로 전투기는 스키점프 방식으로 이륙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