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 찬송가(478장) ‘참 아름다워라’가 맑은 봄하늘 아래 캠퍼스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음대 학생들로 꾸려진 밴드 ‘뮤직 포 유’의 연주였다. 청아한 선율이 바쁘게 오가는 학생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만들었다.
이들의 연주는 ‘2018 연세 선교대회’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0년 전쯤부터 이맘때 열리고 있는 선교대회는 연세대 기독학생연합회(연기연)가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술잔이 난무하는 대학 축제에 앞서 등장한 ‘복음의 전령사’ 같다고나 할까.
연기연은 매년 대학 대동제(축제)가 열리기 한 주 전 선교대회를 여는데, 주최 측은 “‘N포 세대’를 향한 사랑의 고백”이라고 올해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N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꿈 희망 등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다.
선교대회 개막과 더불어 백양로에는 홍보 부스 30여개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신촌성결교회와 창천감리교회 등 학교 인근 교회들도 부스를 차렸다. 선교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학생들이 줄지어 찾는 부스엔 ‘젊은 감각’이 돋보였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트 게임을 즐기면서 복음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였다. 선교 단체들의 전략은 ‘부드러움’ ‘따뜻함’이었다. “예수 믿어라”같은 직설적 표현은 들을 수 없었다.
다트 게임은 올해 처음 선교대회에 참여한 신촌성결교회가 준비했다. 교회는 점수에 따라 음료부터 커피 상품권까지 나눠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연세기독학부모회는 떡볶이와 핫도그 등을 판매하는 분식 부스를 차렸다. 모두 유기농 재료로 썼지만 가격은 1000원으로 저렴했다. 이재진(49·여) 대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가장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들로 구성된 선교단체 LCF(Lifespring Christian Fellowship)는 색종이로 하트를 접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클라우딘 우쿠베레임푸라(21·여·국제학과 2학년)씨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나왔다”며 “복음을 통해 친구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옆에 있던 중문과 3학년 이혜지(22·여)씨는 “하트에 World peace(세계 평화)라고 적었다”며 “남북 평화 무드가 계속 이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짧지만 강한 문구를 적었다”고 설명했다.
세네갈로 선교여행을 가기 위해 떡과 삼겹살 꼬치를 판매하던 예수제자운동(JDM)도 눈길을 끌었다. 김지헌(24·신소재공학과 4학년)씨는 “시험과 취업 부담으로 신앙심도 무뎌지는데 선교여행을 통해 신앙을 다시 일깨우고 싶어 부스를 차렸다”고 밝혔다. 청년절제회(YTC)는 ‘금연과 금주’를 강조하면서 무료로 음료와 다과를 나눠줬다.
박상민(26·영어영문학과 4학년) 연기연 회장은 “연세대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미션스쿨이지만 그동안 세속화 속에서 설립정신이 많이 퇴색됐다”면서 “대학 축제를 앞두고 기독교인들의 축제 모습을 보여주고 복음 선포를 위해 선교대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장창일 심우삼 황윤태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