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기도 용인에 이색적인 건물이 들어섰다. 서울 온누리교회 설립자인 하용조(1946∼2011) 목사의 삶을 기리는 기념관이었다. 기념관에서 눈길을 끄는 건 저 사진에 담긴 계단이었다. 성도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은혜를 실감하게 된다.
‘개념에서 건축으로’를 펴낸 김준성(62)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념관 설립 당시 설계를 거들고 감리를 맡았었다. 그는 ‘십자가 계단’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제일 멋진 풍경은 사람들이 십자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모습이에요. 마치 땅 밑의 무덤에서 교회 광장으로 부활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계단 아래에서 십자가를 보는 모습보다 밖에서 보는 것이 더 멋있어요. 십자가 계단을 올라와 오른쪽에 있는 교회로 들어가면 300명이 앉을 수 있는, 예배를 드리는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개념에서 건축으로’는 김 교수가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에서 네 차례 진행한 강의를 엮은 책이다. 그가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참여한 47개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요긴할 듯하다. 김 교수는 “건축은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지로 사고해야 한다. 그려보고 만들어보면 사고가 발전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