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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시라이 사토시의 ‘국체론’





국체(國體) 또는 고쿠사이. 이들 개념은 사실상 일본에 특화된 정치사상 용어이며, 근대 일본의 형성에 있어 국가통합의 핵심적 수단으로 등장한 천황중심의 사상을 일컫는다. 그런데 국체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945년의 패전 후 일련의 개혁으로 국체는 더 이상 통치원리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일본의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주장들은 대부분 천황이 갖는 역사적·신화적 의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인 시라이 사토시는 조금 다른 논리를 전개한다. 저자는 표면적으로는 패전에 수반돼 이뤄진 사회개혁에 의해 국체가 폐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미국을 매개로 재편된 현상으로 국체를 간주한다.

정치사상가이며 정치학자인 저자는 국체를 현대 일본의 정치·경제 상황과도 연관지어 설명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라 불리는 레짐의 근저에 국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유발된 것이며, 현대의 특이한 대미 종속의 구조화 역시 국체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작금의 일본사회의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편성된 국체에 의해 규정된 사회의 내재적 한계로 유발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근대의 국체와 현대에 재편된 국체를 비교하며 논리를 전개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근대의 일본을 이끌어가던 국체사상의 중심이 천황에 의한 지배질서의 영속성, 제정일치라는 신정적 이념, 천황과 일본에 의한 세계지배의 사명, 문명개화를 선두에 서서 추진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로서 천황을 이념화하는 것에 있다면,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현대의 국체사상의 중심에는 성스러운 질서로서의 미·일동맹의 영속성, 제사장의 역할을 하는 경제전문가 집단, 팍스 아메리카로 도출된 세계질서의 유지, 그리고 동경의 지위를 획득한 아메리카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나고야=유혜림 통신원(나고야 상과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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