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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달이 폭발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단 일곱명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지난해 6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천체우주과학 학술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행성 충돌, 인구 증가, 기후 변화 등으로 인간은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을 것이다.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였다.

SF소설 세븐이브스(Seveneves)는 호킹의 예언처럼 지구를 떠나야만 하는 인류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다만 이 여정은 달의 폭발로 시작된다. “달이 폭발했다. 이렇다 할 원인도, 전조도 없었다. 한창 차오르는 중이었고, 만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2년 뒤엔 달 폭발로 생긴 거대 운석들이 폭풍처럼 지구로 쏟아져 내릴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측이 나온다.

지구라는 행성에 발 딛고 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정리한다. ‘저는 우주에 나가 홀로 천천히 외롭게 죽기보다는 차라리 지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빨리 죽기를 택할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도 있고 태아를 냉동시켜서 지구를 탈출하려는 사람도 있다.

인류의 보존을 위해 인류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우주선에 태워 보낼 프로젝트 ‘클라우드 아크(Cloud Ark)’가 진행된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은하계에 재해가 잇따르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결국 살아남은 인간은 단 일곱 명의 여성들.

그로부터 5000년 뒤, 7개의 종족으로 나뉜 30억명의 인류가 다시 미지의 세계를 향한 항해에 나선다. 달 폭발 이후 완전히 변한 지구로…. 모두 3부로 구성된 작품이다. 1부는 달 폭발 후 365일을 담고 있다. 이후 지구 탈출 과정은 2부, 귀환은 3부에 나온다. 세계의 해체와 재건, 인류의 재탄생이라는 장엄한 주제를 다룬 대작이다.

우주 과학 전문 용어와 상황 설정이 자칫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주요 용어를 숙지한 뒤 읽으면 SF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도 치밀한 전개에 대번 몰입하게 된다. 2016년 미국 프로메테우스상 수상작이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내가 사랑하는 SF의 모든 면을 되새기게 한다’며 추천했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물리학과 지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과학과 수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을 써왔다. 그는 소설 ‘스노크래시’를 발표해 가상세계의 분신을 가리키는 용어 ‘아바타’를 대중화시켰다. ‘다이아몬드 시대’로 가장 권위 있는 SF문학상인 휴고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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