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확정… 일본전 졌지만 서로 안고 격려, 이번 대회 통해 격의 없는 대화
일본 과감한 투자 성과 보여 우리도 기량 발전 위해 힘써야”
“일본과의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이 서로 안아 주고 격려해 주더군요. 경기는 졌지만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에 구성된 남북 탁구 단일팀의 우애가 돈독했다고 회상했다.
남북 정상회담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3일(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던 남한과 북한 여자 대표팀이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비록 4일 치러진 일본과의 4강전에서 패했지만 단일팀은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 위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스웨덴 현지에서 세계탁구연맹(ITTF) 재단 설립 파티를 했을 때 ITTF에 ‘미니 단일팀’을 제안했다”며 “마침 다음 날 북한과 8강 경기가 있어 아예 단일팀으로 함께 해 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새벽이고 스웨덴은 저녁이었다. 우리끼리 뚝딱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급하게 뛰어다녔다”며 “단일팀 구성이 확정되는 데 1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ITTF에서도 남북 화해 무드는 화제였다. 유 위원은 “스웨덴에 가니 전 세계 탁구인들이 ‘축하한다’, ‘훌륭했다’며 정상회담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하더라”며 “스포츠가 가진 힘에는 세계 평화 증진도 있지 않나, 이런 마음이 단일팀 구성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남북한 선수들이 8강전에서 대결 대신 포옹으로 하나가 되던 순간 이사회가 진행되던 ITTF 회의실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졌다.
평소 국제대회에서 자주 경기를 치르며 쌓인 남북 탁구 대표팀의 친분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유 위원은 “탁구는 평소에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종목”이라며 “유독 북한과 경기를 많이 치러 서로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격의 없이 서로에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둔 탁구 대표팀은 성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도 싸워야 한다. 유 위원은 “이번 일본전 패배는 팀워크의 문제가 아닌 실력의 문제였다”며 “일본이 과감하게 투자한 성과가 보였다. 우리도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행정가가 아닌 탁구인으로서 선수들을 향해 이렇게 격려했다. “한국 탁구가 다소 힘든 시간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탁구 선배들도 선수들과 함께 한국 탁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