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1818∼1883·사진)는 20세기 현실 사회주의 국가 수립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상가다. 자본주의가 몰락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전망은 오류로 판명 났지만 그의 경제 이론을 담은 저서 ‘자본론’은 오늘날까지 비판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세계적 화제가 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근래의 대표적 사례다.
2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각도에서 마르크스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한 책들이 나왔다. 마르크스 평전 ‘카를 마르크스: 위대함과 환상 사이’(아르테)는 19세기 유럽 지성사와 사회경제적 격변기라는 맥락에서 그의 삶과 이론을 재구성한다. 저자인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런던대 퀸메리칼리지 역사학과 교수는 “책의 목표는 마르크스 사후 그의 성품과 성취에 대한 이야기가 꾸며지기 이전인 19세기로 돌아가 그의 모습을 다시 그려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정체성을 다룬 ‘1장 아버지와 아들들’에서 시작해 마르크스주의에서 그의 위상을 살핀 ‘12장 미래로 돌아가서’로 마무리된다. 마르크스의 삶과 사상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 든다.
토머스 스타인펠트 스위스 루체른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살림)은 난해한 마르크스 사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낸다. 저자는 “이제 혁명을 꿈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세상을 깊이 갈라놓은 그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고자 한다”고 말한다. 언론인 손석춘은 ‘디어 맑스’(시대의창)에서 마르크스의 일대기를 소설로 구성했다. 마르크스의 동지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그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을 빌렸다. 에티엔 발리바르 프랑스 파리10대학 명예교수가 쓴 ‘마르크스의 철학’(오월의봄)은 마르크스 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마르크스주의의 정세적 변화를 검토한다. 발리바르 교수는 “마르크스와 함께하는 동시에 마르크스에 반대하는 사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밖에 정치사회학자 로날도 뭉크가 쓴 ‘마르크스 2020’(팬덤북스)은 마르크스주의와 역사 노동자 여성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논한 책이다. 신간들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의 분배와 시장 통제가 필요하다는 그의 통찰이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