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익대 미술 실기수업에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을 몰래 찍어 ‘남성 혐오’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한 용의자로 동료 여성 모델이 지목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일 홍대 회화과 크로키 수업의 쉬는 시간에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다음카페 워마드에 올린 누드모델 A씨(25·여)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학교 측의 수사 의뢰를 받고 지난 5일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과 교수, 누드모델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 현장에 있던 4명의 모델 중 한 명인 A씨는 지난 8일 참고인 조사에서 “휴대전화 2대 중 한 대를 분실했다”며 한 대만 제출했다. 이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A씨만 9, 10일 연속으로 불러 추가 조사했다.
A씨는 경찰 조사가 계속되자 범행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과거 워마드에서 활동을 했지만 현재는 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당일 피해자와 감정적 다툼이 있었던 정황도 파악됐다. 피해자가 쉬는 시간에 다른 모델들과 같이 쉬어야 할 탁자를 혼자 차지하고 누워 있는 것을 보고 A씨는 “자리가 좁으니 나와라”고 핀잔을 줬고, 말다툼이 오갔다. 다만 경찰은 “분실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물증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피해자는 워마드에서 성적으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댓글을 단 카페 회원 2명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워마드 카페에는 지난 1일 ‘미술수업 남누드모델 조신하지가 못하네요’라는 제목으로 몰카 사진이 올라왔고, 이 게시물에는 모델을 성적으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댓글이 달렸다. 경찰은 사진 유포자 수사와 별개로 카페에서 벌어진 2차 가해도 수사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