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향후 선거 일정에 맞춘 단계적 양보 방안을 가다듬고 있다고 11일 아사히신문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년 뒤 재선 도전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를 북한이 마련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철저히 연구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직 미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으로부터 선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고록 ‘거래의 기술’을 분명히 다 읽고 마스터했을 것으로 봤다.
아사히에 따르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 일정에 빈틈없이 맞춰 단계적으로 양보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까지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단계적 양보안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권의 중간평가인 중간선거에서 꼭 이겨야 하고 재선도 하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일 것이 분명하다. 특별검사의 러시아 유착 스캔들 수사로 골치를 썩이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회담은 회심의 돌파구나 다름없다.
북한발 훈풍을 타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CNN방송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대상 지지율이 44%를 기록했다.
아사히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 전면 폐기에 합의하더라도 “핵 개발의 전모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1960년대부터 건설한 수천 개의 지하 핵시설에 일부를 은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완전한 핵 폐기는 북한 사회의 체질을 바꾼 뒤가 아니면 어렵지 않겠느냐”며 “일단 ‘대부분의’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 폐기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