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9일째 이어온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급격한 건강 악화에 따른 의료진과 한국당 의원들의 단식 중단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새로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국회 정상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출구전략 성격도 있다.
김 원내대표는 오후 농성을 하던 천막에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전날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을 호소해 여의도성모병원에 옮겨졌다가 5시간 만에 농성장으로 복귀했지만 11일 새벽에도 심각한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하고 김 원내대표에게 병원 이송을 권고하기로 했다. 의총에서는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척이 없으니 당분간 단식을 중단하고 김 원내대표를 입원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 원내대표의 몸 상태로는 앞으로 있을 민주당 새 원내 지도부와의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김 원내대표 병원 이송 이후 긴급 성명을 내고 김 원내대표의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장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단식은 끝났지만 진실을 밝히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에서는 한국노총 출신인 김 원내대표와 민주노총 출신인 홍영표 의원이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되면서 교착 상태인 국회 정상화 협상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홍 원내대표가 비주류로 분류된 우원식 전 원내대표보다는 야당과의 협상에서 운신의 폭이 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김 원내대표의 농성장을 찾아 “선거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왔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단식을 풀고 이야기를 통해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의 사직서 처리 시한인 14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르면 주말에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