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전날인 다음 달 12일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자 여야의 표정은 크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제 이슈가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한국당은 겉으로는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당내에서는 “왜 하필 그날 열리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열리기 시작한 평화의 문이 활짝 열리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면 민주당의 상승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모드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당 지지율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회담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걱정도 없지 않다.
한국당은 환영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의심의 시선을 감추지는 않았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 직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된 것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면서도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가 합의된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경북 경주와 대구에서 잇따라 열린 경북도당·대구시당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저 사람들(여권)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하면 남북 평화 쇼로 치를까 하는 오로지 그 생각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음 주 미국 백악관에 북·미 회담에서 북한에 어떤 요구를 해야 할지 하는 한국당의 입장을 담은 공개서한을 직접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선거 이슈를 덮을 경우 가뜩이나 힘든 지방선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윤해 노용택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