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우리 눈에 익은 영웅들이 나와서 우주를 지키려 애쓰는 내용의 영화다. 영웅들은 악당과의 전투에서 부분적으로 승리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밥을 먹으며 아들에게 나로선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물어봤다.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하지만 그의 부연 설명을 듣고도 잘 모르겠다 싶은 것은 변함이 없었다. 아쉽지만 재미있게 봤으면 됐으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고 나름 정리하는 것으로 그냥 끝내야 했다.
그런데 지금도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것은 의료 분야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통계는 첨단의술 덕분에 국민의 건강지표들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그런 통계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대부분 그렇게 살지를 못한다. 기껏해야 더 나은 상황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주변의 평에 따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라는 영화 제목은 인피니티 스톤을 찾기 위한 전쟁이나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각각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건강문제도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어떤 이는 자기들이 살아온 삶이나 여러 노력과는 무관하게 사고를 당한다. 어떤 이는 질병을 얻어 고통을 겪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어떤 이는 건강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데도 건강하고 어떤 이는 여러 방면으로 무진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늘 병을 달고 지낸다.
내가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치질(치핵) 역시 그런 점이 다분하다.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지 않는 문제인데도 치질수술 받기나 약 쓰기를 서두르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치료에 꼭 필요한데도 수술 받기나 약 쓰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정답일까.
치핵이 생기는 것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치핵이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의 산물인 까닭이다. 따라서 변비가 심해지지 않도록 일상생활 중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더불어 배변 후 온수좌욕 습관이 권장된다.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을 도와 치핵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