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발표에 대해 “미래의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호평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두 나라 지도자 사이에 믿음이 두터워지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 등 5개 국가의 언론인을 초청한 것은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의미도 있다.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북한의 조치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핵을 더 소형화하고 성능을 고도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려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런 실험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낙진이 퍼지지 않도록 비키니 섬 등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장소에서 핵실험을 한다”며 “북한은 땅이 좁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주 적다. 풍계리는 암반층이 단단하고, 근처에 도시가 없어서 거의 유일한 북한의 핵실험 가능 장소”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 발표 전 우리 정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 취재에 일본을 제외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러한 ‘재팬 패싱(일본 배제)’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극우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대해 “핵실험장은 갱도 입구가 막혀도 전체를 폭파하지 않는 한 간단히 복원할 수 있다”며 “핵실험장 행사는 해외를 겨냥한 퍼포먼스의 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북한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심지어 “외국 언론의 취재를 허용해 외화를 획득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까지 폄하했다. 지지통신은 일본 제외 배경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일본에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일본 언론이 제외된 것은 그동안 아베 총리 혼자서 압박 일변도로 나가는 등 평화로의 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북한이 핵 완성을 주장하는 마당에 핵실험장 폐기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8년 이미 북한은 냉각탑 폭파쇼를 통해 세계를 기망한 적이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쇼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문제는 기존 핵 폐기다. 북한이 이번에는 핵을 반드시 폐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장지영 문동성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