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경제지원 언급… “北, 핵 완전히 폐기할 경우 美, 민간투자에 나설 것
한국과 동등한 수준 번영 북·미 정상회담 성공 자신” 문제는 사찰 검증에 달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과감한’ 경제 지원을 시사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할 경우 미국이 민간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폭스뉴스 방송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의 에너지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에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투자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하는 바를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 11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신속한 비핵화를 과감하게 실천하면 한국과 동등한 수준의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대가로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체계에 북한을 받아들이고, 국제기구를 통한 자금 지원 등으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시사한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북한판 마셜플랜(Marshall Plan)’이 가동될 수도 있다. 마셜플랜은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유럽부흥계획을 말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평화와 번영이 넘쳐흐르는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신속한 비핵화’를 촉구하고 그 대가로 한국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북한의 경제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남한의 45분의 1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북·미 수교는 물론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판문점 선언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이 두 차례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빼고 서방에서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김 위원장과 대화한 사람”이라며 “김 위원장과 북·미 회담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검증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의심을 제거하려면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북·미는 과거 4차례 비핵화 합의를 하고도 검증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
검증 주체도 이원화될 가능성이 크다.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북한에 대한 사찰은 그 이전과 전혀 달라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물질 생산 등에 대해선 사찰할 수 있지만 핵무기에 대해서는 단속 권한이 없다. 북한이 핵탄두 해체나 인도에 동의한다면 이를 검증하거나 인도받는 주체는 IAEA가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북한 핵무기를 인도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력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 동반자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