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적 비핵화(PVID)냐, 완전한 비핵화(CVID)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설명하면서 PVID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PVID는 ‘항구적이고 검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를 뜻하는 영어 약자다.
그런데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우리의 목표는 CVID”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CVID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를 의미한다. 그동안 국내 언론과 학계에서는 PVID가 CVID보다 수위가 높은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일부 있었다.
강 장관은 직후 워싱턴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둘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PVID와 CVID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도 PVID와 CVID를 섞어 쓰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서로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이라는 말 속에 항구적(permanent)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며 “PVID나 CVID는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국무부 관계자들도 PVID와 CVID를 혼용해 쓰고 있는데 그 둘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며 “PVID라고 하든, CVID라고 하든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수준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