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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선 잘 안들렸던’ 불량 대북확성기



로비로 평가기준 완화시켜 성능미달 수입산 속여 납품
가청거리, 기준 절반에 그쳐 軍관계자 4명 등 20명 기소


4·27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 철거된 대북확성기가 애초 북한 지역까지 소리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불량품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청거리가 납품기준인 10㎞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입찰 업체가 로비를 통해 평가 기준까지 바꿔 사업을 따냈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과 이듬해 1월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심리전 강화 차원에서 국군심리전단 주도로 추진됐다. 군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음향기기업체 인터엠을 사업자로 선정했으며 2016년 12월 확성기 40대(고정형 24대·기동형 16대)의 실전 배치를 마쳤다. 약 166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 무렵부터 이미 확성기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입찰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지난 2월 감사원 요청에 따라 수사를 벌인 결과 인터엠이 납품한 확성기는 군이 요구하는 가청거리 10㎞에 크게 미달하는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인터엠이 사업을 따낸 것은 브로커까지 동원한 ‘로비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군은 인터엠의 확성기 제품 성능에 하자가 있자 생활소음이 많아 제품 성능이 낮게 측정되는 낮 시간대 측정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야간·새벽 평가 중 한 차례만 통과하면 평가에 합격하도록 성능평가 기준을 완화했다.

인터엠은 8개 입찰업체 중 혼자 1차 평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수입산 부품을 국산인 것처럼 속였다. 군에서 만드는 제안요청서 평가표에도 브로커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항이 평가 항목에 반영되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업체 측이 질문지와 답지를 모두 작성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인터엠 대표 조모(64)씨를 입찰방해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수주 로비를 하고 30억원을 챙긴 브로커 2명, 인터엠에 각종 특혜를 준 권모(48·현직 대령) 전 국군심리전단장 등 군 관계자 4명,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등도 재판에 넘겼다. 3개월여 진행된 이번 수사로 모두 20명(법인 포함)이 기소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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