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의 해리(33·사진 오른쪽) 왕자와 미국 배우 출신 메건 마클(35·왼쪽)의 결혼식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가운데 영국 흑인 사회가 왕실에 대해 이전에 없던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왕실의 새 며느리가 흑인과 백인의 혼혈이라는 점 때문이다.
런던 남동부의 흑인 거주지역 뉴크로스에 사는 소녀 셰고 렝골로(11)는 요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렴풋하지만 희망을 가지게 됐다. 자신처럼 아프리카인의 피가 흐르는 마클이 왕실 가족이 되는 것을 보면서 흑인에 대한 사회의 처우가 예전과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백인들은 인종차별 문제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하지만 흑인들은 계속해서 인종차별 문제와 싸워 왔다. 왕실 결혼식에 대해서도 “브렉시트 시대 영국의 반이민주의, 토착주의로부터 비롯된 오락거리”라고 이야기하는 흑인들이 여전히 많다. 끊임없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괴롭힘을 받아 온 흑인들은 왕실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영국 인구의 87%는 백인이다. 흑인 인구는 3%에 불과하다.
그러나 렝골로는 새로운 흥분에 가득 차 있다. 마클이 선천적으로 곱슬머리인지, 결혼식에서 DJ가 힙합 음악을 틀지, 마클이 언제 아기를 낳을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특히 마클의 아기 피부가 검은색이길 바라고 있다. 렝골로는 뉴욕타임스(NYT)에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이젠 어쩔 수가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그녀를 평가하려 들 것을 알면서도 첫발을 내디딘 마클은 용감한 사람”이라며 “그녀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훼방하지 못하게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트런던대 범죄학자 앤서니 군터는 “이전에는 왕실 가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많은 흑인 친구들이 마클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와 마클의 결혼식 설교자로는 미국 성공회 교회의 최고지도자인 마이클 커리(65) 의장주교(Presiding Bishop)가 선정됐다고 켄싱턴궁이 발표했다. 커리는 2015년 성공회 교회 사상 최초의 흑인 의장주교에 임명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