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사진)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은 4년 전 박주영(33·FC 서울)의 전철을 밟진 않을까.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전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 엔트리 23명을 포함한 28명의 명단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이름은 이승우와 이청용이었다.
A매치 경험이 없는 이승우가 발탁된 것은 의외였다. 이승우는 FC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개인기와 스피드가 좋다. U-20 대표팀에서 16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베로나에 입단한 이승우는 지난 6일 AC 밀란전에서 프로 데뷔 첫 골을 터뜨렸다.
신 감독은 이승우를 뽑은 것에 대해 “스웨덴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이승우를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어가는 능력이 좋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상대 문전에서 많은 파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청용의 발탁은 이승우보다 더욱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청용은 올 시즌 리그에서 단 7경기 출전에 그쳤고 이중 선발 출전은 한 차례에 불과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박주영이 대표팀에 승선한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제대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자신의 전술에 적합한 자원”이라며 뽑았다. 하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했고, ‘엔트의리 논란’만 낳았다.
신 감독은 ‘이청용을 선택한 것이 선수들 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의 전술에 필요한 선수로 개인기가 좋다”고 답했다. 발탁 배경 설명이 4년 전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신 감독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까지 지켜보고 이청용의 최종 발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기성용(29·스완지시티), 권창훈(24·디종), 황희찬(22·잘츠부르크) 등 핵심 멤버들은 이변 없이 엔트리에 포함됐다. 염기훈과 김민재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신 감독은 “우리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많이 응원해 달라. 통쾌한 반란을 일으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다짐했다. ‘신태용호’는 오는 21일 서울시청 광장에 소집돼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승 의지를 다진 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이동해 훈련에 돌입한다.
김태현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