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식? 남아공식?… 북핵, 통 크고 더 빠른 ‘북한식’ 폐기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미사일


美 직접 겨냥·자체 개발, 비핵화 셈법 훨씬 복잡
은닉 핵무기에 ICBM까지… 과거방식으론 한계
“핵무기 폐기하는 동시에 보상책 맞물려야” 지적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한다면 ‘북한 방식’의 핵 폐기 모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리비아 방식’ ‘남아프리카공화국 방식’ ‘카자흐스탄 방식’ ‘우크라이나 방식’ 등 기존 핵 폐기 모델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적용할 모델을 찾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하기 위해 과거 핵 폐기 성공 사례들을 분석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이 검토해본 비핵화 모델은 리비아 방식과 남아공 방식, 카자흐스탄 방식, 우크라이나 방식 네 가지다. 이들 나라의 핵무기 보유 동기와 폐기 경위는 조금씩 달랐다.

우선 리비아 방식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가장 선호하는 핵 폐기 방식이다. ‘선(先) 폐기-후(後) 보상’ 방식이다. 리비아는 1990년대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가 미국과 영국의 설득 끝에 핵 폐기를 결정하고, 핵무기와 원심분리기 등을 모두 미국에 넘겼다. 2003년 12월 핵 포기 선언 후 핵 프로그램 폐기까지 22개월이 걸렸다.

남아공의 핵무기 개발 동기는 과거 인종분리 정책(아파르트헤이트)과 관련돼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국제사회가 남아공을 상대로 제재를 가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남아공 정부는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서방을 상대로 한 벼랑끝 전술이었다. 남아공은 82년 핵폭탄 제조에 성공한 뒤 89년 항공기로 투발할 수 있는 6개의 핵폭탄을 만들었다. 그러나 남아공은 89년 12월 드 클라크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인종분리 정책을 철폐하고 핵무기도 폐기하기로 선언했다.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후 떠안은 핵무기를 이관하거나 해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체 비용을 미국이 댔다는 것도 같다. 카자흐스탄은 경제 지원 및 체제 보장을 대가로 92∼95년 핵무기 1000여기와 전략폭격기를 러시아에 넘겼다. 카자흐스탄 방식은 북한의 핵무기를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 거론되고 있다.

소련 붕괴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은 뒤 94년 1월 경제적 지원과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면서 미국, 러시아와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는 리스본 의정서를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방식은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 합병하면서 체제안전 보장 약속을 깼다는 맹점이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적국인 미국을 직접 겨냥하고 자체 개발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특히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곳곳에 비밀리에 숨겨져 있고, 상당수는 실전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북한 핵무기가 20∼60개로 추정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갖추고 있어서 폐기 대상과 절차에 기존 핵 폐기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은닉된 핵무기와 대륙을 넘나드는 운반수단을 찾아내 동시에 폐기하고,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보상책까지 맞물려 새로운 ‘북한식 핵 폐기’ 방식이 도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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