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해체해 본토로 이전 방안… 테네시주 핵시설 단지 첫 거명
볼턴, IAEA와 이원화 案 제시… 탄도미사일 등도 폐기 요구
조약 체결 땐 의회 비준 시사… 대가는 투자·무역 경제지원
폼페이오 ‘4불 원칙’ 재확인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 방식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직접 해체해 미 본토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또 비핵화의 대가로 대북 금수 조치를 해제하고 무역과 투자를 개방하되 경제원조 방식은 배제하기로 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 협상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착수하기 이전에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PVID)’가 완료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비핵화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 테네시주의 오크리지 핵 시설 단지로 가져와야 하고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북한 바깥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공개하고 구체적인 보관 장소까지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별개로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고 보관하는 것을 미국이 직접 하겠다고 밝혀 핵 시설 사찰과 핵탄두 해체를 이원화한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도 폐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핵 시설 사찰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하고, 개방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볼턴 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 협정이 미 의회 비준을 거치지 않은 것과 달리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통해 조약이 체결되면 미 의회의 비준을 거치는 방안을 시사했다. 미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북한과 체결한 합의가 뒤집어지지 않고 계속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에 납치된 한국인과 일본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국은 비핵화 대가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볼턴 보좌관은 “김 위원장이 가난한 그의 나라에 투자와 무역이 가능하길 원한다면 비핵화가 그런 길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우리는 최대한 빨리 북한에 무역과 투자를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방식은 민간 투자로 진행되며, 미국 정부의 경제 원조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제 지원과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BS방송과 폭스뉴스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에 대한 투자 부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북한은 농업 장비와 기술, 에너지가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은 미국의 뛰어난 기업인과 모험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미국 민간 자본의 대북 직접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북한의 에너지망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미국의 민간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이 고기를 먹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북한을 도와줄 미국 농업 능력을 포함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와 붕괴,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북한에 대한 무력 침공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4불 원칙’도 재확인했다.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요구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7∼8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비핵화 완료 단계가 아닌 중간 단계에서도 중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했고, 시 주석이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