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이어 中·美에도 ‘김영철’ 앞세운 北… 이례적 존재감



남북·북중 정상회담 때 김정은 옆 배석 실세 증명
남·북·미 한반도 대화국면 정보기관이 핵심역할 맡아 자연히 金에 권한 집중
정찰총국장 경험도 높이 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존재감이 이례적으로 커졌다. 주로 대남정책에 집중하던 전임 통전부장들과 달리 김영철은 올해 들어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북·중 관계, 비핵화 협상 등 다방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우리 직책으로 따지면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는 셈이다. 남·북·미 정보기관이 현재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북한에서도 자연히 김영철에게 권한이 집중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철은 지난 3월 말과 5월 초에 열린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바로 왼편에 앉았다. 김 위원장 오른편에는 여성 통역사가 배석해 사실상 김영철이 최측근 참모 역할을 맡았다. 당 대 당 외교를 담당하는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정부 간 외교를 맡는 이용호 외무상은 양쪽 끝자리에 앉았다. 대남총책이 고위 외교관을 밀어내고 최고지도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것이다.

이런 파격은 북·미 대화에서도 드러났다. 김영철은 지난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접견 때도 혼자 배석했다. 직급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카운터파트를 이뤄야 할 이용호는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북·미 최고위급 접촉에 외교라인이 완전히 배제된 셈이다. 김영철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 옆에 배석해 실세임을 증명했다.

김영철의 광폭 행보는 북한의 과거 관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통전부장인 김용순과 김양건은 노동당 국제부 등 외교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통전부장에 오른 뒤에는 외교보다는 대남정책에 전념했다. 통전부장으로서 북·미, 북·중 관계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은 김영철이 처음이다.

김영철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한반도 대화 국면이 남·북·미 정보기관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철이 수장인 통전부가 우리 국정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자주 소통하다보니 그쪽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영철은 남북 관계를 비롯해 북한 대외정책 전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정원과 CIA를 연결하는 지점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영철에게 특출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통전부 조직이 대남, 대외정책을 모두 담당할 역량을 갖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이 전직 정찰총국장으로서 대외정보 업무를 맡아본 경험을 인정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찰총국은 해외 정보수집과 공작을 맡던 노동당 35호실을 산하로 흡수해 해외정보국으로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총국과 함께 북한 정보기관으로 알려진 국가보위성은 내부 주민 통제와 방첩 활동을 전담하는 기관이어서 대외 업무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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