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를 가져다놓을 장소로 지목한 테네시주 오크리지는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곳이자 2004년 리비아가 포기한 핵무기를 넘겨받아 보관 중인 곳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해 이곳으로 옮긴다면 원폭의 고향에 묻히는 셈이다.
오크리지는 2차 대전 때 미국의 원폭 제조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따라 급조된, 핵 개발을 위한 도시 3곳 중 하나다. 나머지는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와 워싱턴주 핸퍼드다. 이들 3곳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던 ‘비밀 도시’였다.
1943년 테네시주의 신규 군용지에 건설노동자 수천명이 투입돼 몇 달 만에 수백개의 건물로 된 핵 개발 단지를 조성했다. 오크리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핵무기 도시’ 3곳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오크리지에 종전 때까지 핵물리학자와 기술지원인력 7만5000명이 있었다고 한다.
오크리지의 대표적인 핵시설 ‘Y-12 국가안보단지’에서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 ‘리틀보이’의 핵물질이 개발됐다. 원폭이 투하되고 나서야 이 도시의 비밀이 공개됐다. 당시 지역 신문은 “오크리지에서 만든 초강력 원폭이 일본을 강타했다. 원폭의 비밀이 공개돼 이곳 근무자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크리지를 비롯한 핵무기 도시 3곳의 핵시설은 2차 대전 후에도 유지됐다. 특히 Y-12 단지는 냉전 종식 이후 핵물질과 관련 장비의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 오크리지의 인기 음식점 벽에는 지금도 버섯구름(핵폭탄이 터졌을 때 생기는 거대한 버섯 모양 구름) 사진이 걸려 있고, 지역 내 한 고등학교의 상징도 버섯구름이다.
2003년 완전한 핵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는 이듬해 우라늄농축 원심분리기를 포함한 핵 개발 장비 25t을 오크리지의 Y-12 단지로 넘겼다. 당시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 볼턴이었다. 리비아 핵 개발 장비가 옮겨진 뒤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오크리지를 직접 찾아 “우리는 북한과 이란 지도자에게 핵무기 개발 욕망이 그들의 국익을 크게 저해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