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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개관… 가자지구 40여 명 사망

14일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어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PIC]






이방카 미국 대표·네타냐후 총리 등 800여명 참석
서유럽 대부분 반대 입장… 전날 축하연 33개국만 참석
이스라엘군,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발포… 1000여명 부상


미국이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미국 영사관에서 대사관 개관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텔아비브에 있던 기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반면 이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스라엘군이 실탄으로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면서 14세 소년을 포함해 최소 40여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당했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 시작된 개관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미국 측 인사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각료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 연설했다. 미국은 새 대사관 건물을 지을 때까지 아르노나 영사관에서 대사관 업무를 수행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은 지난 3000년 동안 유대인들의 수도였다. 지난 70년 동안에도 우리나라의 수도였고, 언제나 우리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날부터 축제 분위기였던 이스라엘인들과 달리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날 가자지구 국경지역 분리장벽에 4만여명이 모여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했다. 지난 3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항의하는 ‘위대한 귀환 행진’ 시위를 펼쳐오던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날 올 들어 가장 큰 규모로 시위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분리장벽으로 접근하는 시위대는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단을 살포했지만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자지구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방송이 이어진 가운데 시위대가 분리장벽을 무너뜨리려고 하자 이스라엘군은 총을 발포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드론을 활용해 시위대에 최루탄을 뿌리기도 했다. 이날 시위로 인한 사망자 40여명과 부상자 1000여명은 2014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간의 3번째 전쟁 후 가장 많은 사상자 규모이다. 당시 가자 시민은 1000명 정도 사망했으며 이스라엘군은 70여명이 죽었다.

게다가 15일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으로 팔레스타인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 ‘나크바(대재앙)의 날’이어서 팔레스타인의 강경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피해자 역시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치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 국민을 상대로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끔찍한 학살에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강경 진압에 유엔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이 전날 개최한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축하연에는 이스라엘에 외교공관을 둔 86개국 중 33개국만 참석하는 데 그쳤고 서유럽 주요국은 모두 불참했다. 14일 개관식에는 이스라엘 최고위 관료와 정당 지도자들만 초대됐는데, 미국이 논란을 의식해 외국 대사를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은 그동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옮기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해 왔다. 예루살렘은 이·팔이 서로 국경이라고 주장하며 다투는 양국 간 분쟁지역이다. EU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국이 이를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중동평화 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왔다.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예루살렘 미 대사관 개관으로 이·팔 평화협상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교류를 중단하고, 미국이 평화협상에서 더 이상 중재자 역할을 계속할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등 3대 종교 성지가 모여 있는 곳이다. 48년 영국에서 해방되면서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동서를 나눠 차지했다가 이스라엘이 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80년에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정식 이전했지만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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