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韓시민단체, 美에 ‘리벤지 포르노 처벌법’ 입법 요구… 정부 대신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한사성, 美서 입법 캠페인 계획… 美 비영리단체와 연대 방침
피해자들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 “해외 서버라 수사 어렵다”
정부 국제수사 공조 진전없어



국내 시민단체가 미국에서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성적 영상물)’ 처벌 법안 입법운동을 추진한다. 그간 몰래카메라 문제에 뒷짐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 대신 민간단체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몰카 수사 공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 리벤지 포르노 처벌법 입법 캠페인을 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를 위해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한 미국 내 비영리단체 ‘사이버 시민 권리 구상(CCRI·Cyber Civil Rights Initiative)’과 연대할 계획이다. 미 연방법에는 동의 없이 타인의 촬영물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아직 없다. 일부 주에서 별도의 금지조항을 도입했을 뿐이다. 국내 몰카 피해자들이 사후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몰카 유포 사이트가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도 그동안 영상 유포 사이트 서버가 대부분 해외에 있어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진전은 없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제8차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정부가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자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이런 법적 문제 때문에 공조수사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최근에는 수사 협조 요청도 잘 안 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승진(26) 한사성 활동가도 “우리에게 찾아오는 피해자들 중에는 오전에 경찰에 신고했는데 당일 오후 바로 ‘해외 서버라서 수사가 어려워 내사 종결한다’는 답변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며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직접 나선 것”이라고 했다.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시민단체가 대신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사성은 전날 올린 공지문에서 “피해 지원 과정에서 수많은 부조리한 일들을 겪으면서 저희는 왜 국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해외 서버가 문제라면 그걸 해결할 방법을 (정부가) 모색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연합회 대표도 “음란사이트 소라넷 폐지 등 이제까지 디지털 성폭력 근절운동은 대부분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며 “정부도 미온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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