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래 최악의 유혈 사태… 팔레스타인 수
반 “대학살” 맹비난
마크롱 “폭력 사용 비난 받아야” 앰네스티도 “끔찍한 인권침해” 백악관만 “이스라엘 방어권 있다” 라마단 시작… 충돌 격화 우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개관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이스라엘 군경이 실탄을 사용해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30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유혈사태는 15일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의 시작과 맞물리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 군경 간 극한 충돌을 촉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4일 “이스라엘이 대학살을 저질렀다”며 사흘의 애도기간과 총파업을 선언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터키도 사흘간을 팔레스타인 사망자 애도기간으로 선포한 데 이어 항의 표시로 이스라엘과 미국 주재 자국 대사들을 송환키로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미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귀국시켰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도 이스라엘의 대응을 비난했다.
유럽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력 사용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 단체들도 이번 사태를 ‘끔찍한 인권침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과 쿠웨이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독일 dpa통신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예루살렘 미 대사관 개관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인 14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경의 무력진압으로 최소 59명이 숨지고 2771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부상자 중 1373명이 실탄에 맞았으며 사망자 중에는 16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 8명도 포함됐다. 2014년 7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이후 최대 규모 사상자다. 하루 동안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한 뒤 수개월간 잇따른 규탄 시위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를 크게 웃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대응을 정당화하며 팔레스타인을 비난했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 비극적 죽음의 책임은 전적으로 하마스에 있다”고 주장했다. 샤 부대변인은 이스라엘에 대응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하마스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입장만 거듭했다. 미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성명 추진을 반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15일 ‘나크바(대재앙)의 날’을 맞아 다시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날이다. 여기에 다음 달 14일까지인 라마단 기간까지 겹치면서 더 큰 유혈사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라마단 기간에는 하루 평균 1만∼2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성지인 ‘템플마운트’ 방문을 위해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템플마운트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공동 성지로 충돌이 잦은 곳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