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IAEA 사찰보다 속도 빠른 ‘美 단독 사찰’ 선호



주체·방식 놓고 막판 조율… IAEA 공신력 불구 장기화 美 단독 사찰은 조기 가능
완전한 검증엔 물음표… 결국 정상들이 결정할 듯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핵물질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보다는 미국의 단독 사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핵 사찰 주체와 방식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15일 “북·미 양측이 핵 폐기 검증을 위한 사찰 방식에 대해 IAEA 사찰과 미국 정부 단독 사찰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AEA 사찰의 경우 북한의 핵 폐기 절차에 대한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 대신 사찰 준비기간이 길고 사찰 범위와 사찰 기간도 예상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의 단독 사찰은 ‘속도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완전한 검증이 가능한지에는 물음표가 달려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는 IAEA 사찰이 시작될 경우 어느 범위까지 사찰을 하고,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북한은 정치적 협상이 가능한 미국의 사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이 외국 투자자들에게 개방돼야 북한이 얘기하는 체제 안전보장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런데 IAEA로부터 사찰을 받게 되면 준비기간이 길어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미 양측에 미국의 단독 사찰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핵 사찰 방식은 막판까지 양측 간에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담판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4년 IAEA를 탈퇴했지만 북핵 6자회담 및 북·미 협상에 따라 1995년, 1999년과 2007년 IAEA 사찰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2009년 IAEA 감시요원을 추방한 뒤 9년간 IAEA의 개입을 허용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을 위한 총력전을 공언한 상황에서 시일이 오래 소요되는 IAEA 사찰을 수락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북한은 (핵·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하고 개방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 검증은 IAEA가 할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의 도움도 아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미국 정부 단독 사찰이 나쁜 카드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이 결정되는 2020년 대선 전까지 북한의 비핵화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국제기구의 사찰보다 미국 주도의 사찰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는 15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은 포괄적 핵실험 금지와 관련해 국제적 열망과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가입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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