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KBO ‘악마의 유혹’은 같지만… 韓은 굼뜬 대응

올스타에 8차례나 선정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2루수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돼 8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카노는 “적발된 약물은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 의사에게서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카노가 지난 13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은퇴 이후 HOF행 유력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모든 업적 와르르
KBO도 약물서 자유롭지 않아… 초기엔 적발 선수 솜방망이 징계 2016년부터 ML 수준 처벌 강화


미국프로야구(MLB)의 대표 2루수인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가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80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당하면서 다시금 프로야구계에서의 약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무명뿐 아니라 스타급 선수가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노는 MLB에서 14년간 2417개의 안타와 305개의 홈런을 쳤다. 수비 부담이 높은 2루 포지션에서 골드글러브도 2차례 차지하며 세운 기록이다. 이대로라면 명예의전당(HOF) 행은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의 모든 업적은 헛것이 될 전망이다.

MLB에서 본격적으로 약물 파동이 일기 시작한 해는 2003년이다. 발코라는 미국의 제약회사에서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였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포함해 선수들의 60%가 약물 복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MLB 사무국에서는 별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약물 문제가 본격적으로 MLB를 뒤흔든 것은 2007 시즌이 지나고서다. 그해 12월 조지 미첼 상원 의원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의 명단을 폭로했다. 그 명단에는 본즈는 물론 로저 클레멘스, 게리 셰필드 등 한국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슈퍼스타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사무국과 구단들은 공식적인 처벌을 내리는 대신 이들과 대형계약을 피하고 사실상 강제은퇴를 시키는 등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MLB가 공식적으로 금지약물 복용 선수들을 처벌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난 2010년대다. MLB는 2011년부터 금지약물 복용이 처음 적발된 선수에게 50경기 이상, 두 번째 경우는 100경기 이상, 세 번째는 영구 제명이라는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 그럼에도 근절이 안되자 MLB는 2017년부터 첫 번째 적발됐을 시 80경기, 두 번째 경우는 162경기, 세 번째는 영구제명 처분으로 제재를 강화했다. 곱지 않은 여론의 영향으로 본즈나 클레멘스 등 많은 업적을 남긴 선수들은 HOF행이 수년째 무산됐다.

한국프로야구(KBO)도 약물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KBO에서 처음 금지약물 문제를 일으킨 선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적발된 진갑용(삼성)이다. 당시 그는 “후배인 김상훈(KIA)에게 대표팀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시료에 약물을 넣었다”는 군색한 변명을 해 팬들의 빈축을 샀다. 하지만 당시 KBO에 약물 관련 특별한 규정이 없어 구단 내 자체 벌금(200만원)만이 부과되며 흐지부지됐다.

MLB가 5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리기 시작한 2011년 KBO에서는 김재환(두산)의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김재환이 받은 징계는 1군 10경기 출장정지. 2015년 금지약물이 적발된 최진행(한화)도 MLB의 처벌 수위에 훨씬 못미치는 30경기 출장정지를 받는데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KBO는 2016년부터 MLB 수준으로 제재를 높였다. 이때부터 처음 적발될 경우 시즌의 50%, 2회는 시즌의 100% 출장정지, 3회 적발시 영구 제명으로 강화됐다. 2017년 시즌 직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적발된 최경철(삼성)은 7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악마의 유혹을 근절하기 위해선 지금의 제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스탈링 마르테(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그해 7월 19일부터 출장했다. 카노도 올 시즌 내로 복귀가 가능하다. KBO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금지약물 검출이 끊이지 않을 경우 지금의 삼진아웃보다 더욱 강화된 2회 영구제명 조치도 나올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