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을 “피에 주린 흡혈귀”라 했던 北… 질긴 악연

사진=AP뉴시스


존 볼턴(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북한의 악연은 깊다. 볼턴 보좌관은 과거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차관과 유엔대사 등을 역임하면서 미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국무부 차관 시절인 2003년 7월 서울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주민 수십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고, 수백만명이 극도의 빈곤 속에 신음하고 있다”며 북한인들의 생활을 지옥 같은 악몽에 비유했다. 또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의 김정일 통치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했을 때 미 국가안보회의(NSC)의 일원인 유엔대사로서 이를 적극 찬성했다. 이 제재에 대해 당시 6자회담의 북한 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피가 마른다”고 북한 정권의 고통을 대변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당시 볼턴에 대해 “인간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며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볼턴 당시 차관이 6자회담의 미측 대표로 나서는 것에도 강력 반발했다. 북한이 볼턴 보좌관에 대해 얼마나 분개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2007년 펴낸 회고록 ‘항복은 옵션이 아니다’에서 자신이 북한으로부터 받았던 원색적인 비난은 “최고의 찬사”라고 응수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사령탑으로 지명되면서 북핵 해법으로 ‘리비아 방식’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북한은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무기를 미국에 내준 뒤 오히려 권좌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자극하려는 듯 리비아 방식 적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각종 탄도미사일도 폐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북한으로서는 무장해제를 요구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 등도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대북 강경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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