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할머니의 이름은 노마. 그는 2016년 9월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특이한 건 그가 암 선고를 받은 뒤 보인 모습이다. 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할머니는 투병 대신 여행을 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할머니의 나이는 아흔 살이었다. 그는 아들 팀, 며느리 라미와 함께 캠핑카에 몸을 싣고 미국 일주에 나섰다. 할머니 뒤에 서서 두 팔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들 팀이고, 해맑게 웃고 있는 푸들의 이름은 링고라고 한다.
책에는 2015년 8월부터 1년간 노마 할머니가 아들 부부와 미국 32개주 75개 도시를 여행한 기록이 담겨 있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적지 않은데, 이런 내용이 대표적이다. 노마 할머니에겐 딸이 있었다. 하지만 딸은 암으로 마흔한 살 때 숨을 거뒀다. 비극적인 사건이었기에 가족들은 그간 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게 이 가족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 한 부부를 만나면서 이 원칙은 깨지게 된다. 부부는 아들을 두 명이나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참척의 아픔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마 할머니 가족은 이들을 통해 슬픔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가 겉으로 괜찮은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걸 그만둔다면 더 큰 슬픔을 느끼고 더 큰 아픔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더 큰 사랑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슬픔에 대한 유일한 해독제라는 것도 보여주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