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사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16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게 너무 많다”며 핵 폐기 절차와 진행 속도, 핵 과학자 처리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꼽았다. 특히 문 특보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핫라인으로) 통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 평가와 북·미 정상회담 전망’이란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하지만,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적 동시교환을 원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핵 폐기 진행 속도도 북·미 관계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참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관심이 많다. 2020년 11월까지 가시적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핵 폐기 과정이 복잡한데다 북한은 가급적 느긋하게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가역적 비핵화의 핵심은 사람이다. 북한에는 핵 과학자가 1만5000명 정도 있다”며 “단순히 냉각탑을 파기하는 게 아니라 이 과학자들의 머릿속 지식이 다시 핵무기 생산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문 특보는 “지난주에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전문가의 80% 정도는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이었다”며 “믿을 수 없는 지도자 둘이 만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날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중지를 선언한 데 대해선 “어제까지는 좋았는데 오늘부터 참 어렵다. 제가 볼 때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가기 전에 김 위원장과 통화를 해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남북 정상 간 직접 통화가 되지 않으면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