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기술 발달과 항암제 개발로 암 완치율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췌장암’은 20년이 지나도록 5년 생존율이 10%대로 낮다. 조기 암 발견이 쉽지 않고, 전이가 빠르며 재발률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은 8번째로 자주 생기는 암으로 매년 3000여명이 진단받는다. 5년 생존율은 1990년대 9.4%에서 2014년 10.1%로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 이인석(사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 이하의 작은 크기의 췌장암을 치료할 시 5년 생존율이 80%로 올라갈 수 있다”면서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 검진을 받는다면 치료 예후가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췌장암의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적 절제와 약물·방사선 치료이지만 현재까지 진단 시 수술절제가 가능한 췌장암은 약 20% 이내로 알려져 있다. 환자 대부분은 진단 당시 이미 간, 복막 및 주변 장기로 전이가 돼 있기 때문이다. 췌장은 신체 구조상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어 복부초음파나 복부 CT로도 발견이 쉽지 않고, 증상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황달이나 복통 등 증상이 있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됐을 때다. 수술로 암을 제거해도 미세 전이가 발생한다. 수술 후 2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예후를 좋게 보는데, 1기 기준 70%는 재발이 된다. 그래서 종양 크기가 2㎝ 이내인 1기 암이라도 5년 생존율은 30%로 낮다. 이인석 교수는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복강대동맥 및 간문맥 등과 인접해 있으며, 인근에 혈관도 많아 종양 발생과 동시에 빠르게 전이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진단과 동시에 전이가 흔하고 항암제 효과도 낮아 그동안 췌장암의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췌장암 치료 예후를 높이려면 결국 1㎝ 이내의 작은 암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췌장암의 전구병변으로 알려진 만성췌장염, 췌장낭종성질환, 췌관 협착 등이 관촬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췌장암은 발병 자체가 사망을 의미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기에 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종합겁진 프로그램에서는 조기 췌장암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암 진단법은 MRI나 내시경초음파와 같은 첨단검사법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런 검사법은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위암은 10만원으로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지만 췌장암은 100만원을 내야 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다른 암에 비해 환자 수가 적긴 하지만 적어도 췌장암이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시행될 수 있도록 진료여건이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는 “췌장암은 ‘걸리면 죽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췌장암에 대한 공포와 절망으로 치료를 아예 포기한다”며 “수술이든 항암치료든 치료를 받으면 암으로 인한 증상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향상된다. 또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완치의 기회도 생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다른 환자들에게도 큰 용기가 된다”고 힘줘 말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