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새로이 시작되는 독립된 시기가 아니라 소아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시기를 말한다. 여아에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 활성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며, 이후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유방이 나오고, 음모발달, 빠른 키 성장이 순차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남아에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 활성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며, 이후 고환이 커지면서(고환용적≥4㎖)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고, 음모발달, 빠른 키 성장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성조숙증은 여아 만 8세 이하, 남아 만 9세 이하에 사춘기 징후가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급성장기를 미리 겪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키가 빨리 자라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 성장판이 빨리 닫히면서 최종 성인 키가 작아지게 된다. 성조숙증은 키 성장에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사춘기를 겪으며 아이가 자신의 신체를 받아들이지 못해 심리적인 고통을 겪게 하기도 해 문제가 크게 된다. 특히 여아의 경우 성인이 된 후 조기 폐경, 유방암, 자궁암 등의 발생 위험도 높을 수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 수가 지난 5년간 3만여 명이 증가했으며, 소아 인구 대비 증가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원인으로 첫째,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소아비만 증가가 있다. 비만은 성조숙증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고 소아에서 식이조절, 운동을 통한 적절한 키 대비 체중 유지가 성조숙증 예방에 중요하다. 둘째, TV와 인터넷 등을 통한 성적 자극에 쉽게 노출되어 발생한 과도한 시청각적 자극이 뇌신경에 영향을 주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호르몬 증가도 몸 속 호르몬을 균형 있게 만들어주는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과거와 달리 키, 몸무게 등 자녀의 삶의 질, 성장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부모의 관심 증가 및 사회적 영향으로 이상 징후 발견 시점과 조기대응이 빨라지고, 병원 내원 빈도가 늘고 있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보험 인정 기준은 여아는 신체적 사춘기 징후가 보이며,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자극 검사 (GnRH 자극 검사) 에서 황체호르몬의 최고치가 5 IU/L 이상을 보이고, 성장판 검사에서 골연령이 역연령보다 상당히 진전되어 있는 소견을 모두 보일 때 진단가능다. 첫 성억제주사 치료가 여아는 만 9세 이전,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이뤄져야만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계란, 콩, 두부, 우유 등 이러한 음식과 성조숙증과의 연관성은 불분명하며, 특정음식만을 주식으로 고집하지 않는 한, 골고루 먹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되기에 엄격히 제한할 것을 권고하지는 않는다. 성억제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은 단기적으로 질출혈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대개 일시적이며, 대개 주사부위와 관련된 통증, 발적 등 국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항암제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으나, 유방암 혹은 전립선암에서 사용되는 성호르몬 억제제와 용법, 용량이 다르고 항암제처럼 독성이 강한 약이 아니며, 암을 유발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성조숙증 치료는 4주에 한번 근육 혹은 피하로 주사 치료를 하게 되며, 골연령 및 성장속도를 확인해 가며, 치료를 지속하게 된다. 안정적으로 치료 유지중인 환자의 일부는 3개월형 제제로 치료하게 되며 이를 통해 비용, 시간을 절감하고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성조숙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통해, 진단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치료해 성장과 발달이 잘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소아내분비 전문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아람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