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2’ 어벤져스보다 웃기고 엑스맨보다 섹시하다 [리뷰]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하고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데드풀2’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예상만큼 강렬하다. 돌아온 ‘19금 히어로’ 데드풀의 존재감 말이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데드풀2’는 첫날 관객 35만6454명(매출액 점유율 79.8%)을 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개봉해 관객 331만명을 동원한 전편의 오프닝 스코어(25만2018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22일간 정상을 지켜 온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의 흥행 독주를 멈춰 세웠다.

데드풀에게는 슬픈 사연이 하나 있다. 마블 히어로이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마블 스튜디오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 인수됐지만, 데드풀과 ‘엑스맨’ 등의 판권은 이십세기폭스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3’를 보란 듯이 밀어낸 이 순간, 데드풀은 아마도 이렇게 외칠 것 같다. “꺼져, 타노스!”

믿기 어렵겠지만 ‘데드풀2’에 실제로 등장하는 대사다. 극 중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미래에서 온 ‘반인반로봇’ 히어로 케이블을 향해 이렇게 면박을 준다. 케이블 역의 배우 조슈 브롤린이 ‘어벤져스3’에서 우주 최강의 악당 타노스를 연기한 것을 대놓고 언급한 것이다. 데드풀만의 위트가 바로 이런 식이다.

전편에서는 암에 걸린 전직 특수부대 요원 웨이드 윌슨이 슈퍼 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후속편에서는 세상으로 한발 나아간 데드풀이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초능력자들을 모아 팀 엑스포스(X-force)를 결성하는 이야기를 펼친다.

여자친구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의 행복한 가정을 꿈꿨던 데드풀은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나락으로 떨어진다. 마음 둘 곳을 찾던 어느 날 돌연변이 소년 러셀(줄리안 데니슨)을 만나게 된다. “미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러셀을 제거하려는 케이블을 데드풀이 막아선다. 행운조작 능력을 지닌 도미노(재지 비츠) 등과 한 팀이 되어서.

총알이 박히고 몸이 두 동강 나도 강력한 힐링 팩터(치유 능력) 덕에 금세 재생되는 데드풀의 능력은 예기치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유쾌 발랄한 특유의 유머는 117분간 거침없이 쏟아진다. ‘셀프 디스’를 서슴지 않고, 마블은 물론 경쟁사인 DC마저 골려먹는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이따금 관객에게 말을 거는 방식 또한 재치 넘친다. 이를테면 클라이맥스 직전에 “대형 CG 장면이 온다”고 예고를 한다. 다소 뻔한 상황이 전개될 때면 참지 않고 말한다. “대본 정말 막 쓰네.” 엔딩 무렵 극한 연기 도중 날리는 대사가 압권이다. “(이 장면을) 아카데미에서 보고 있어야 할 텐데.”

엔딩 크레디트 중간중간 등장하는 4편의 쿠키영상도 놓쳐선 안 된다. ‘엑스맨’의 울버린을 조롱하고, 라이언 레이놀즈의 실제 ‘흑역사’를 정리해주는 데드풀. 그의 잔망에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청소년관람불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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