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끈하자… ‘트럼프식 비핵화’로 달래기 나선 美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AP뉴시스


핵개발 초기였던 리비아와는 다른 모델 적용할 것 예고
北이 먼저 회담 제안한 데다 과거에도 어깃장 행동 많아… 북·미 정상회담엔 낙관적
“무산될 경우 대북 압박 지속” 美, 손해볼 것 없다는 입장 “강성 볼턴 통제해야” 의견도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북한의 반발에 미국도 수위 조절을 하며 6월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미국은 북한 역시 회담을 걷어차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조심스러운 낙관(cautious optimism)’을 버리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북한 반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아무것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북한의 자극적인 성명에도 불구하고 맞대응을 자제한 것이다. 북한과 ‘말의 전쟁’을 주고받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태도다.

이와 관련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라며 “우리는 회담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겠지만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의 목표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핵무기를 전부 미국에 넘기는 ‘리비아식’ 모델에 불만을 표출한 것에 대해 “리비아식 대신 ‘트럼프식 모델’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북한에는) 과자 찍어내듯이 과거와 똑같은 비핵화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트럼프식 모델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핵 개발 초기 단계였던 리비아와 달리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 폐기 범위나 폐기 기간, 폐기에 따른 보상 등에 있어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일단 북한이 겉으로는 반발했지만 회담 취소라는 최악의 카드는 꺼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북한의 회담 취소 가능성 언급에도 차분한 이유를 “이 회담을 먼저 원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었다”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곤경에 처하면 왕왕 이런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돌발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설사 정상회담이 무산돼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핵무기가 없으면 더 안전하다는 전략적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싱가포르 회담은 꽤 짧게 끝날 것”이라며 “우리는 강도 높은 대북 압박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그르치지 않으려면 볼턴 보좌관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볼턴 보좌관은 자신을 겨냥한 북한의 공격에 대해 “익숙해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비난한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도리어 “문제적 인물”이라고 쏘아붙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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