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총 끝에 대검을 장착해 시민을 위협한 사실이 군 내부 문건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군은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이 대검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해왔다.
무소속 손금주 의원실이 17일 공개한 국방부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1988년 5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대검에 의한 인명 피해가 있었는지 직권조사했다. 이 조사는 ‘(군인이) 대검으로 여학생 유방을 칼로 도려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조사 직후 작성된 문건에는 80년 5월 18∼20일 공수부대 10개 대대가 차례로 광주에 출동하면서 소총에 대검을 장착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나와 있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최초 위력시위 당시 대검을 휴대하거나 착검했으나 시민 항의로 즉시 착검을 해제했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이밖에 대검으로 신체를 절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여대생을 연행한 것은 사실이나 죽인 사실은 없다는 증언도 담겨 있다. 당시 국방부는 여러 증언을 종합해 해당 소문이 계엄군에 대한 투쟁의식을 유발하려는 ‘악성 유언비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위 진압 도중 대검을 사용한 적은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손 의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사망자 자료를 보면 ‘자상(刺傷·칼 등에 의한 상처’이 최고 11명으로, 이는 계엄군이 시위 진압에 대검을 사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계엄군의 대검 사용에 따른 피해도 별도로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