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의사아저씨를 만나주세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우리동네 주치의’ 코너를 보며 생각나는 의사가 있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야기 속 의사는 밝고 부드러운 중고음으로 질환과 습관, 개인생활상담까지 해주는 내과전문의였다. 30초 진료가 판치는 의료계에서 환자 한명 한명을 기억하고 가슴으로 대하는 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 그가 있다는 광주 북구 문흥지구를 찾았다.
호남고속도로 동북부 진입로인 동광주IC 주변으로 형성된 문흥지구는 1991년 택지개발사업에 따라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주거지역이다. 현재 약 1만4000여세대가 살고 있으며, 거주 연령은 단지형성 후 20여년이 지난만큼 장·노년층이 주를 이뤘다. 그 때문인지 직접 찾은 동네는 북적임이나 활발함보다는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평온함을 보였다.
의료기관들 또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지구특성상 내과와 안과, 재할의학과 의원들이 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목적지인 강명원내과의원도 원장의 이름을 걸고 지구형성 초기부터 지역민의 건강을 지켜온 의원 중 한 곳이다. 진료과목은 소화기계 질환의 진단과 치료, 만성질환을 비롯해 국가검진 및 예방접종 등으로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직접 만나본 강명원(사진) 원장은 전화상 소개된 딱 그 모습이었다. 인상 좋아보이는 둥근 얼굴과 활짝 웃는 큰 입, 끊이지 않는 웃음과 부드러우면서도 귀에 꽂히는 ‘솔’톤의 중고음 목소리는 의원을 찾는 이들의 기분도 즐겁게 하는 매력을 뽐냈다. 더구나 그가 환자를 환자로만 보지 않는 모습은 최근 의사들이 보이는 모습과는 사뭇 달라 신뢰감을 더했다.
◇의료는 서비스? 이젠 ‘가족애’= 1980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광주기독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내과과장을 역임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강 원장이 20여년 전 문흥지구 형성 초기에 개원을 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서 비롯된 듯했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 편하게 살고자 개원을 했다는 말, 그 이면에는 환자를 가족 혹은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 여기는 모습이 있었다.
실제 인터뷰 중 강 원장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는 직접적으로 질환을 치료하는 것과 함께 의사가 살펴야할 영역”이라며 “때론 질환이 아닌 환자의 일상적인 어려움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많이 힘들었겠다’거나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더라’라는 식으로 위로의 말도 건네고 개인적인 상담도 한다”고 흘러가듯 말했다.
심지어 “동 자치위원도 하고, 주민들과 배드민턴 동호회에도 들어 10년 정도 어울렸지만 평범한 동네아저씨로 있고 싶어 의사라고 소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모습이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그 관문에서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문지기의 참된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구나 “마음이 따뜻해야한다”며 6명의 직원들과 ‘정(情)’을 나누고, 주민들과 직원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지난 20년을 한 곳에 자리 잡으며 환자들의 발걸음을 잇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