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7일 “북한과 미국이 회담을 진행하면서 입장 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서로 간에 상대방 입장에 서서 이해하는 역지사지 정신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양측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를 통보하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거부 가능성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북·미 관계를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과 태도를 미국에 전달하고, 북한에도 미국의 견해를 충분히 전달해 서로 간 입장 차이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오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북·미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도 (북한이 반발하는 원인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모든 것(북한의 반발 등)이 가능한 일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는 북·미 간 대립 구도로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 국면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 당일인 16일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북·미 간 의견 차가 드러났지만 대화 국면이라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미국은 충분히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북한도 대화를 하겠다는 기본적 자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실장 주재로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제14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회의 직후 “상임위 위원들은 판문점 선언이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임위 위원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과 6·15 공동행사 준비 등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