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낸 통지문에는 별도 답신 없이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정부가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에 유감을 표시한 대북 통지문을 보냈지만 북한의 반응은 없었다”며 “남북 고위급회담이 조속히 개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전날 북한이 회담 연기를 통보하자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판문점 선언의 근본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하고 이런 입장을 담은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
북한은 현재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의제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는 북·미 회담 성과가 어느 정도 담보될 때까지 유보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이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가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를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시간이었다.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귀순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기자 회견 등을 회담 취소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내부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전날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는 북한 대내용 매체에선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김 부상의 담화는 대외용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지만 북한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에서는 김 제1부상 담화를 전하지 않았다. 북한이 발표하는 이른바 중대 사항은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지만 이번에는 전혀 관련 소식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김 제1부상의 담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형적인 ‘대외용 경고’이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통일부는 6·15 남북 공동행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TF는 김창수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이끌고 있으며 청와대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