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 국무부, 의회에 “PVID(영구적인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 보낼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미래 핵 개발 능력과 과거 핵 제거뿐 아니라 핵 기술 자료를 폐기하고 핵 기술자들을 다른 업무에 종사토록 해 영구히 핵 개발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며 “미·북 간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정치적 합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전략자산 전개 금지 등을 비핵화 약속 이행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며 “이번 회담과 향후 모든 미·북 간 협상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홍 대표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도 “제재와 압박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잃게 된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선행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가 협상 의제로 거론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 이후에도 미군이 대한민국에 계속 주둔,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고 중국과 러시아 세력을 견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 대표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폐기, 사이버 테러행위 중단 촉구, 인권 문제 거론, 개혁·개방 요구도 미국 측에 건의했다. 한국당은 조만간 이 서한을 영문으로 번역해 미국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 야당 대표가 미국 조야에 공개서한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9월에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이니 야당이라도 손놓고 있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한 발송은) 외교 망신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