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회담 취소 하루 만에 엄포
북·미 입장차 크자 대남 압박… 한·미회담 전 고위급 회담 난망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지 하루 만에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입장을 냈다. 미국 전략자산이 참여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남북 대화에 응하기 어렵다는 엄포다. 비핵화 방식을 두고 북·미 사이에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우리 측에 우회적으로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선권(사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후 북남 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국회 기자회견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북한은 하루 만인 이날 남북 고위급 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이 위원장을 내세워 대남 비난 메시지를 다시 보내왔다. 이 위원장은 두 사안을 두고 “북남 관계 개선 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 도가 넘게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통일부가 북한의 회담 취소에 유감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남조선 당국은 우리가 취한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필요한 수습 대책을 세우는 대신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회담 무산의 원인인 침략전쟁 연습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남조선 당국의 괴이쩍은 논리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침 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중상을 지속시켜 보려는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태도는 북·미 정상회담이 쉽게 풀리지 않자 이를 남북 관계와 연계해 풀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오는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과 관련한 미국의 전향적 입장 전환을 도출하라는 압박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로써 남북 고위급 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는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소하는 등 보다 강경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