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공작 33년 베테랑 스파이 극심한 편견 딛고 정보 수장에
테러리스트 물고문 지휘 논란… 민주당 이탈로 54대 45로 통과
매케인 강력 반대에도 역부족… “앞으로는 철저히 도덕적 잣대”
중앙정보국(CIA)의 사상 첫 여성 수장이 탄생했다. 상원이 찬성 54대, 반대 45표로 17일 지나 해스펠(61) CIA 부국장을 국장으로 승인했다. 지난해 부국장 자리에 오른 해스펠은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이 국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국장 직무대행으로 일해왔다.
켄터키주 애슐랜드에서 태어난 해스펠은 공군으로 복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시절 전 세계를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 고교 졸업 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당시 여학생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아 루이빌 주립대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군무원으로 근무하다 1985년 CIA에 들어갔다. 33년간 CIA에 몸담으며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현장요원으로 근무하면서 해스펠은 많은 편견과 싸워야 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96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지부장으로 파견 중일 때는 남성 직원들로부터 “CIA는 여직원을 이렇게 멀고 험한 지역에 파견해서는 안 된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스펠이 매력을 느꼈던 ‘의문과 비밀에 가득 찬’ 정보기관에서 여성이 이처럼 오랫동안 일할 기회를 갖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녀는 수장의 자리까지 꿰찼다”고 전했다.
해스펠이 CIA 국장으로 승인을 얻는 데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2001년 9·11 테러 당시 테러 용의자 고문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해스펠이 CIA 대테러센터에 있던 2002년에 태국에서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 조직원인 아부 주바이다, 압드 알라힘 알나시리 2명의 용의자에 대해 비밀구금과 물고문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6명이 공화당 진영에 가담해 해스펠 승인에 찬성표를 던진 반면 켄터키주의 팬드 폴과 애리조나주의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 2명은 공화당 진영에서 이탈해 해스펠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해스펠은 논란이 일자 인준 청문회에서 “다시는 CIA에서 고문이 자행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앞으로 ‘도덕적 기준’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시의 구금과 고문이 기준에 맞는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베트남전 포로로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은 해스펠의 지명에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해스펠의 승인을 저지할 만큼 표는 모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그녀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
해스펠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등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해왔다. 영국에서 발생한 전 러시아 스파이 암살 문제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가 대치 중일 때 해스펠은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이 해스펠을 CIA 국장으로 승인하자 트위터에 축하 인사를 남겼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스펠을 CIA 국장으로 지명한 것에 대해 “적절한 때에 적절한 여성이 CIA를 이끌도록 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