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EPL서 32골 넣어 득점왕… 아프리카 예선선 5경기 5골 폭발
28년 만에 고국 본선행 진두지휘… 러시아 본선 무대서도 돌풍 예고
우루과이와 첫 경기 승부가 관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고 공격수로 거듭난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이집트)는 다음 달 열리는 러시아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살라는 EPL 리버풀 소속으로 한 시즌 최다인 32골을 퍼붓고 득점왕을 차지하며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로 양분됐던 2010년대 축구판을 뒤흔들 ‘신성’으로 떠올랐다. 살라가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이집트(FIFA 랭킹 46위)에 사상 첫 승은 물론 16강 진출의 기적을 안길지가 큰 관심사다.
살라는 EPL을 넘어 전 세계 축구판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그는 아프리카 예선 5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며 이집트의 본선행(4승1무1패)을 진두지휘했다. A매치 31경기에 출전한 살라는 28골을 넣는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줬다.
살라의 소속팀 활약을 보면 이집트가 그에 거는 기대치를 대략 알수 있다. 살라는 올 시즌 컵대회 등을 포함한 54경기에서 총 46골을 터뜨리며 특급 골잡이로 성장했다. EPL 득점왕을 비롯해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 축구기자협회(FWA), EPL 사무국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 등을 싹쓸이하며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살라는 100m를 10초대에 주파하는 날렵함에 골 결정력을 갖췄다. 특히 프로 경험이 쌓이면서 장기인 스피드의 강약 조절을 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노련함까지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동료와의 2대 1 패스 플레이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드는 능력이 일품이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이집트가 러시아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단연 돋보이는 살라의 존재 때문이다. 박 위원은 “살라가 있어서 이집트는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집트가 조 1위에 오르면 8강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의 강호로 군림했지만 월드컵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역대 두 차례 월드컵(1934·1990년)에 나서 2무2패를 거뒀다. 1934년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으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2무1패를 거둔 뒤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그리고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이집트의 국민 영웅으로 부상한 살라의 발끝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다행히 이집트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A조에서 본선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남미 강호 우루과이(17위), 개최국 러시아(66위), 사우디아라비아(67위) 순으로 맞붙는다. 우루과이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한 팀들로 묶였다.
이에 이집트는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우루과이에 승리하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기세를 이어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반대로 우루과이에 패한 뒤 개최국 러시아를 상대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이집트는 아프리카 예선에서 살라의 개인기나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을 통해 재미를 봤는데, 월드컵에서는 살라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