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열매 맺는 사명



요즘 시골 들녘은 씨 뿌리는 일로 바쁩니다. 봄에 뿌린 씨앗은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고구마 새순 한 가닥이 눈부신 태양빛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라 10개 내외의 탐스런 열매를 맺죠. 손톱보다 작은 볍씨 한 알이 굳세게 싹을 틔워 70∼80개의 쌀알을 주렁주렁 매달기도 합니다. 가녀린 옥수수 줄기는 여름을 견디고 서너 개의 튼실한 옥수수 열매를 맺는데 그 옥수수 한 개에 300여개의 낟알이 있으니 가히 1000배에 달하는 결실입니다.

지난 가을에 심어 수확이 가까워온 마늘의 꽃줄기를 뽑으며 농부인 아버지가 말씀하시더군요. “이 마늘종을 그대로 두면 여기에서도 마늘이 열린단다. 땅속에서 실한 마늘을 얻기 위해선 줄기를 뽑아줘야 하는 게지.” 땅속에서 뿐 아니라 하늘 속에서라도 열매를 맺으려는 마늘종의 노력에 그저 감탄할 따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늘과 땅 사이에 터 닦고 사는 생명들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열매 맺는 고귀한 사명을 실행합니다. 열매 맺는 일은 거룩한 의무이자 살아있는 것들의 특권이겠지요. 뿌리고 거둘 때 농부가 흘리는 그 땀, 바로 그 땀을 흘리십시오. 값없는 조물주의 은총이 더해져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마 13:8)

안성국 목사(익산 평안교회)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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