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발전 공기업 관계자들은 성적 발표를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들 같다. 지난 3월부터 정부가 시작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6월에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발전 공기업들은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중부발전은 모두 양호를 뜻하는 ‘B’를 받았다. 한국서부발전은 이보다 높은 우수(A)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발전 공기업들은 올해 좋은 점수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 경영평가를 가늠하는 매출 실적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과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평가 등급은 연봉 조정에 영향을 주고 기관장의 명운을 가른다.
한전의 경우 적자를 내는 등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 줄곧 A등급을 받던 한전은 지난해 B등급으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더욱 절망적이다. 지난해 정부 배당수입이 3위였지만 올해는 배당액이 지난해 2313억원에서 올해 923억원으로 급감했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른 데다 원전가동률은 줄고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발전설비 비용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도 기록했다. 유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100달러까지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8.51달러였다.
발전사들도 미세먼지 발생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발전 공기업들이 기대하는 건 정부가 올해부터 매출 등이 포함된 경영평가의 배점은 줄이는 대신 일자리 창출,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 ‘사회적 가치’ 항목을 확대하는 것이다. 서부발전의 경우 지난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재료로 석회석 대식 굴 껍데기를 재활용한 것을 인정받아 등급이 한 단계 올랐다. 그럼에도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선 매출 실적을 높이는 것도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